"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요."
생선이 된 박구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그는 단지 돈 30만원이 없을 뿐이고 알바로 신약 실험에 참여했다.
생선인간이 된 박구의 모습은 영화를 단지 코믹하게 만들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영화는 알만한 이에게만 조용히 속삭인다.
"사실 너도 평범하게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 그렇지?"
생선인간은 평범한 사람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우리 사회가 그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1.
인간이 생선으로 변했다는 사실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사람들.
모두 돈에 미친 사람들이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특종을 노리고 자신의 신분을 숨긴 기자.
자신의 돈을 벌기 위해 썸남을 제약회사에 팔아버린 썸녀.
피해보상금을 받기 위해 갑자기 아들을 찾는 아버지.
주요 사건을 맡고 국회에 진출하고 싶은 인권(?)변호사.
영화의 이런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사람이 돈을 쫒는게 뭐 어때.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썸녀의 말한마디가 관객에게는 어색하지 않다.
코믹 영화인 듯 피식.
생선인간으로 변했다해서 사람이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다.
모습이 단지 보기 불쾌하다고해서 그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본질을 잃은 것은 아니다.
생각과 말, 행동이 다 사람인데 어떻게 해서 그가 사람이 아닐까.
교통사고로 얼굴이 흉칙하게 변한 사람도 사람이고 식물인간이 되서 몸을 쓰지 못해도 사람이다.
사람을 돈이 된다고해서 돈의 수단으로 버린다는 것에 우리는 둔감하다.
오히려 사람들은 썸녀가 생선인간을 돈 받고 파는 장면에서 웃는다.
필자는 전혀 웃음이 나지 않는데 말이다. 울음이 났으면 났겠다.
2.
사람들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눈에 다른 것은 단지 틀린 것일 뿐이다. 제약회사의 생체실험의 피해자가 된 박구는 다른 사람과는 당연히 외관이 다르다. 외관이 다른 그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단지 틀린 사람이다. 틀린 존재이다. 틀린 존재는 자연스럽게 이 세상엔 없어야할 대상이어서 극 중에서 모두 그의 소멸을 바란다. 종교계는 그가 사탄이란다. 정치계는 그가 종북좌파란다. 나와 너를 가르고 적과 아군을 나눠 뭉치기 좋아하는 우리들은 '다른 것'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김광규, <도다리를 먹으며>
3. 박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꿈이 없는 사회다.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박구는 평범하게 살 수 없다. 그나마 평범하게 살려면 내가 꾼 꿈이 아니라 남이 꾼 꿈을 대신 꾸고 살아야한다. 공무원, 공무원, 그의 아버지가 입이 닳도록 그에게 강요하는 꿈이다. 우리 사회에 고시촌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듯 박구는 그 바글바글한 사람 중 한명이다. 남의 꿈을 대신 꾸는.
박구의 세상을 보고 있으면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다. 누가봐도 영락없는 헬조선이다. 한 평범하고자했던 젊은이를 몸을 팔아야만 했던 구렁텅이로 몰았던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사회이다. 그 사회에 그로 대표되는 젊은이들은 누구도 탓할 수 없고 탓할 것 없이 '자기탓'으로 모든 원인을 귀결시킨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책상 하나 놓을 사무실이 없는 것은 모두 그들 스스로 이른바 '잘난 사람'이 되지 못한 탓이다. 그들은 그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 3평 남짓한 방에서 나라의 하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밤을 샌다. 모든 젊은이들이 하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그들의 젊음을 바치는 나라. 그런 나라에서 어떤 한 누군가가 수천 수만의 경쟁에서 그것을 이루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고 이룬다해도 그것이 과연 그들의 꿈이었을까.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일까. 누군가는 젊은이들이 게으르다고 한다. 놀고 먹고 술먹는 젊은이들이 성공을 바라는 게 말이되냐고. 그렇다면,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알바로 등록금을 벌고 밤에는 공부하는 젊은이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누구 탓인가. 노력이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 사회에서 금수저, 흙수저를 찾으며 신세를 한탄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 책을 펼치는 것은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되었다. 고등학생땐 수능이 답이다. 면접이 답이다. 논술이 답이다. 온갖 답들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진짜 답을 찾기 위해, 부모님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위해 코피를 쏟았던 젊은이가 이제는 3평 남짓한 고시원 방에서 남들이 정한 꿈을 얻기 위해 얻기 위해 손가락에 굳은 살을 쌓고 있다. 나도 그 젊은이 중 하나로서 다른 젊은이들에게 손수건을 건네고 싶다.
박구는 그렇게 보라카이 바다에서 젊은 우리들에게 손수건을 건네고 있다.
이제 그만 우리도 보라카이 바다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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